2023.3.22. ECONOMY Chosun Cover Story 이승덕 교수 인터뷰
- 경제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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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2
2023.3.22. ECONOMY Chosun Cover Story 박용선기자
Interview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조교수
“CBDC,은행 자금 중개 기능 위축 가능…수요 예측 매우 중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ㆍ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에 대한 수요로 은행 예금의 상당 부분이 이탈하는 경우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약화하고, 이는 금융의 순기능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조교수는 3월 13일 인터뷰에서 CBDC 도입의 부작용을 이 같이 지적하고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가 CBDC에 대한 수요를 다양한 측면에서 예측하고, 이를 결정하는 기술적 요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 화폐 금융 분야 간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CBDC를 도입하면 뭐가 좋은가,효과는.
“일차적으로 일반 경제 주체 입장에서 지급수단이 다양화하는 효과가 있다. CBDC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로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금 화폐와 은행 예금, 카카오 페이 같은 민간 디지털 지급수단의 장점을 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CBDC가 현금 화폐와 동일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하게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CBDC는 거래 기록이 남아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되는데, 기술적으로 개인의 거래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선 대표적으로 현금 화폐와 달리 양의 또는 음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새로 운 통화 정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금융시장 경색 또는 위기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최근 선진국도 CBDC 연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선진국의 경우, 경제의 디지털 전환 및 지급 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한 국내외 지급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 및 효율성 제고, 사용자 데이터 및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위해 CBDC를 도입하려고 한다. 후진국이 금융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을 CBDC 도입 목적으로 하는 것과 비교된다.”
CBDC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다면.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중 99%가 금융기관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더해 금융기관 계좌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간편 결제 수단이 있고, 많은 사람이 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따라서 CBDC가 발행되더라도 일반 경제 주체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디지털 지급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CBDC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생각 한다 . CBDC를 너무 많이 사용할 수도 있고, 너무 적게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자는 은행을 통해 주로 이뤄지던 자금 중개 같은 금융의 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고, 후자는 중앙은행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DC 발행 전 이의 수용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CBDC에 대한 연구가 2017년 들어서야 본격화한 만큼 CBDC가 미칠 영향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가 축적돼야 한다.”
CBDC 도입이 시스템 리스크에 주는 영향은
“CBDC에 대한 수요로 은행 예금의 상당부분이 이탈하게 되는 경우 금융채 발행, 타 기관 차입 등이 확대되면 금융기관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져 개별 금융기관의 금융 충격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 금리 상승 등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CBDC 수요 예측이 굉장히 중요하다.”
CBDC 도입에 따른 화폐 및 금융 시스템 변화는.
“현행 화폐 시스템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현금화폐와 지급준비금)는 은행 예금의 기반이 되고, 은행 예금은 다시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디지털 지급수단 뿐만 아니라 일부 스테이블 코인의 기반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 화폐에 대한 접근이 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금융기관에 제한돼 있다 보니 은행 예금이 현행 화폐 시스템, 특히 민간이 사용하는 디지털 화폐 시스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CBDC가 발행된다면 중앙은행 화폐에 대한 접근이 은행 외 모든 경제 주체에 허용되므로 보다 경쟁적인 새로운 화폐플랫폼이 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CBDC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CBDC의 도입은 금융시장 내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같이 유동성이 높으면서 안전한 자산이 추가로 공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CBDC는 금융시장 내 안전 자산 부족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완화할 수 있다.”
한국은 언제쯤 CBDC를 도입할 수 있을까.
“CBDC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CBDC 도입은 다양한 법적 •제도적 문제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앙은행 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앙은행이 관련 연구와 실험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도입 여부를 판단 해야 한다면, 그 이전에 충분한 사회적 공론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은 최선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관련 연구 및 실험 결과를 착실히 축적해 나가는 한편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Plus Point>
한국은행 작년 말 CBDC 모의실험완료
인터넷 통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 CBDC 거래
한국은행은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2단계를 완료했다고 지난해 11월 7일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번 실험을 통해 오프라인 결제와 디지털 자산 거래,이자 지급 등 정책 지원업무 등 다양한 항목의 구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1단계로 2021년 8〜12월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CBDC 모의실험 환경을 클라우드에 조성한 뒤 제조와 발행•유통•환수 등 기본 기능을 실험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실험을 통해 오프라인 CBDC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CB DC와 독립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거래란 스마트폰을 포함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전산 기기가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해당 기기에 탑재된 자체 통신 기능을 통한 CBDC 거래를 의미한다. 유희 준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장은 "통신사 장애, 재해 등으로 민간의 지급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CBDC가 실물화폐와 유사하게 백업(back up) 지급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거래는 시스템에 데이터가 기록되지 않도록 구현해 익명성을 보장하도|,자금 세탁 등 불법적인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이용자별로 보유 한도를 설정했다.
또한 거래 기기의 안전한 저장 공간(secure element•모든 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하는 하드웨어 장치)에 오프라인 CBDC를 안전하게 저장해 불법 복제를 방지하고, 비정상 거래 시 해당 전자지갑의 거래를 중지하는 방식으로 이중 지불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시간 대량 거래 처리를 위해서는 응답 대기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등 아직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